
상상, 일상 속에 숨겨진 또 다른 풍경을 드러내다.
우리가 속해있는 ‘장소’,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고를 움직이며 자아를 형성시키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자아를 형성하는 한 요소인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상상으로 만들어 낸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은 현실을 도피하는 또 다른 출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은 시각적으로 인식 가능한 현실적 공간과 무의식 중에 채워지는 상상적인 공간이 혼재되어 있으며, 현실과 상상이 혼재된 공간에 대한 기억은 동시에 인간의 삶과 밀착되어 실제 우리의 모습을 형성해 나아간다.
한편 부지불식간에 기억에 자리잡은 다양한 심상풍경들은 ‘현실의 나’와 만나면서 독특한 경험을 선상한다. 분명히 ‘있음직한’ 일상적이고 친숙한 풍경인데 과거의 어떤 시점, 혹은 유사한 그 무엇과의 연결고리가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거나,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문득 어울리지 않는 어떤 대상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진기한 경험이 그것들이다.
현실에서 만나는 과거나 꿈, 혹은 무의식의 세계 같은 이러한 심리적 풍경들은 상상력 기반의 다양한 창작행위들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풍경과 상상, 그 뜻밖의 만남>전은 이렇게 인간의 심리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풍경 중에서 특히 꿈과 무의식, 그리고 상상력이 만들어낸 ‘비일상적 풍경’을 예술활동으로 현실화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언젠가 한번쯤은 꿈에서 보았을 장면들, 상황들, 대상들 혹은 현실 속에서 ‘만일 이러했다면’ 하고 한번씩은 바랐음직한 장면들이 회화, 사진, 설치 그리고 영상작업들을 통해 펼쳐진다. 각 매체의 고유성격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풍경은 켜켜이 쌓인 기억 너머의 무의식을 환기시키면서 낯설고 기이한 경험으로 전달되거나, 혹은 꿈의 언어가 선사하는 즐겁고 유쾌한 감정으로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전시는 풍경과 상상이 만나 유도하는 감정들 중에서 크게 ‘낯설음’과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보다 두드러진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사진, 설치 및 영상이 주요 매체가 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저마다 두 가지 감정키워드를 직접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구성의 범주화를 최소화한다. 대신 전시장 내에서 관람객은 저마다 다른 동선으로 작품의 고유 특성들을 경험하면서 낯설고 유쾌한 감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기존의 많은 전시가 개념이나 매체 별로 범주화되어 관람객의 동선을 일방적으로 유도했던 것과 달리,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체험공간으로 간주하는 이번 전시는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공간 내에서 관객의 참여를 기반으로 전시의 기획의도를 통합적으로 전달한다. 실제적이거나 상상적인 공간, 때로는 환상과 유희의 장소, 또 때로는 섬뜩함과 낯선 장소로 기억되는 수 많은 공간’들’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권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풍경, 상상과 만나 재탄생 된 환상적 공간
서울의 빌딩숲 사이로 파리의 에펠탑이 우뚝 솟아있고, 어두운 골목길에 있는 환하게 밝혀진 전화박스 안에는 마치 소인국에서 튀어나온 듯한 작은 병정들이 있다. 곱게 자란 잔디가 담긴 네모난 박스 안에는 사람의 뒷모습이나 기차길 같은 익숙한 풍경이 있고, 바다 앞에 펼쳐진 모래사장에는 난데없이 계단이나 통로가 나타나며 돛을 단 작은 배가 하늘에 펼쳐진 구름 끝에 걸려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나나 맛 우유는 흐릿한 사람의 형상을 담고 불상이 놓여진 절 안에 있으며, 평화로운 방안에는 창문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떼가 보인다.
<풍경과 상상, 그 뜻밖의 만남>전은 이렇게 일상적 풍경과는 다른 우리의 상상력이 빚어낸 다양한 심리적 풍경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 구현시킨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들은 모두 일상적 풍경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롭게 창조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관람객은 장르별, 주제별 섹션화를 지양하여 생성된 이러한 공간 속에서 ‘낯설음’과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 정서를 각 작품에 접목시키면서 작품을 이해하고 쾌(快)를 경험한다.
즉 난해한 현대미술을 ‘풍경과 상상’이라는 테마로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미로처럼 펼쳐진 신기한 풍경 속에서 낯선 감정을 경험하기도 하고, 작품과 함께 체험하며 환상적 풍경을 따라 탐험할 수 있다. 이는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환상적인 공간에서의 놀이적 요소를, 일반인들에게는 비일상적 풍경을 통한 낯설고 몽환적인 요소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